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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당하신 주님, 고난당한 한국교회 성도들

검찰에 송치된 삼일만세운동 가담자의 21.7%가 기독교인

고난 주일을 앞두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통합측 학교인 장신대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이치만 교수가 대담한 프로젝트를 내 놓았고 통합총회가 그것을 받아들여 구체화하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귀중한 소식은 다름 아닌 3.1운동에 참여한 기독교인 1979명의 이름을 찾는 작업을 실시하여 삼일운동 백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밝혀내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3.1운동 당시 기독교인이 많이 참여하였다는 말만 들어왔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였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시도할 방안을 가진 교수가 나타난 것입니다. 놀랍게도 일본인들은 미리 이런 작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놓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졌습니다.

국민일보 4.7일자 기사에 따르면 기미년 만세운동 직후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가담자들을 잡아들인 일본경찰과 헌병은 신속히 사건을 처리해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2차 심문을 한 검사들은 모든 피의자들의 종교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 것입니다. 조선총독부는 3·1 만세운동이 종교인들에 의해 계획된 일이라고 봤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작업을 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공개된 일본 우방협회 전 발행인 곤도 겐이치가 1969년 펴낸 사카타니 요시로 박사 유집, ‘조선 문제 잡찬’ 중 ‘만세 소요 사건편’에는 참여한 기독교와 천도교, 불교인의 숫자가 기록돼 있다는 것입니다. 사카타니 박사의 유집에는 1919년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일본 검찰에 송치된 조선인의 현황이 담겨있고 종교인이 몇 명 참여했는지를 종교와 성별로 분류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역사적 자료를 일본인들이 남겨 놓은 것입니다.

검찰에 송치된 9,080명 중 1,979명이 기독교인

이 책에는 만세운동 후 3개월 동안 검찰에 송치된 조선인의 수를 9,080명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중 기독교인으로 분류된 수는 1,979명. 만세운동으로 검찰에 송치된 조선인의 21.7%가 기독교인들이었던 셈입니다. 이들 1979명 전부의 이름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3.1운동 백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그 누구도 이런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갑자기 얼굴이 뜨뜻해졌습니다. 그 분들이 누구였던가에 대하여서는 전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명의 민족대표 가운데 기독교인이 16명이었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자랑스러워 했을 뿐입니다. 일본경찰에 붙잡혀 모진 고통을 당했을 나머지 분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아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삼일운동백주년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우영수 목사)에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조사를 담당한 이 교수는 숫자로만 남아있는 신앙의 선배들을 추적하는 일은 단절된 기독교의 역사를 복구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 교수는 “일제강점기 저항의 상징이었던 기독교가 현재의 기독교로 이어지지 못한 역사의 변곡점이 주요 교단들의 신사참배 결의였다”면서 “만세운동에 참여한 신앙의 선배들의 이름을 찾아내는 건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발굴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만세운동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의 이름을 찾는 작업이 쉬울 리가 없습니다. 국가 기록원을 뒤져 일제 37년 동안의 판결문에서 3.1운동 관련 판결을 찾아내어 이것을 일일이 같은 시기의 검찰조서와 대조해야 합니다. 그래야 검찰이 알아낸 종교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1919년 즈음 전국의 교회는 400개 남짓이었다고 합니다. 이 적은 수의 교회에서, 인구의 1%-1.5% 정도인 신자들 가운데서 21.7%의 성도들, 2천여명이 붙잡혔으니 놀라운 일입니다. 고난당하신 주님을 묵묵히 따라간 우리 믿음의 선조들. 여태 그 이름조차 알려고 하지 않았던 우리는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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