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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2017/06/20) 한목협 제19회 전국수련회 주제발제

1.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 목적과 과정

기독교한국루터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국(이하, 기념사업국)에서는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 프로그램을 확정하고 2016년 12월 23일 전체 루터교회에 공고한 바 있다. 이 사업의 주된 목적은 다가오는 시대를 위해 전체 루터교회가 함께 교회의 변화를 모색하는 데에 있다.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을 전체 교회에 공고하여 신학자, 목회자는 물론 모든 교인이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은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특정 선각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변화의 시대는 지나갔다.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증가된 오늘날의 시대에는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바르고 성공적인 교회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단 전체 교인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2017년 1월부터 기념사업국에서는 각 교회로부터 온 의견들을 취합하여 초안 준비를 시작하였다. 2017년 2월 초안은 이후 나올 수 있는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도록 가변적 형태로 단순하게 만들게 되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받으면서 기독교한국루터회가 정책적으로 반영해야 할 내용들을 담아 2017년 10월 29일 기독교한국루터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예배 시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2.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의 구성과 내용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 초안은 루터교회의 문제가 곧 한국교회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라는 인식아래 루터교회 내부의 개혁과제들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7개의 포괄적 개혁 조항과 88개의 구체적 개혁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괄적 개혁 조항은 교회의 본질에 관한 것들을 재확인하는 것이며 88개 조항은 본질회복을 위한 실천조항 또는 실천과제라 할 수 있다. 그 조항들은 「목회자에 대하여」, 「예배」, 「그리스도인에 대하여」, 「교회에 대하여」, 「선교에 대하여」, 「교육에 대하여」, 「교회 지도자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순으로 분류되어 있다.

기념사업국은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 포괄적 개혁 조항에 대한 해설서를 준비 중에 있다. 이는 95선언에 그 뜻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거니와 미래 시대를 위한 새 관점에서의 해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여기서는 그동안 준비되고 있는 해설서를 바탕으로 루터교회의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 포괄적 개혁 조항 중 5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포괄적 선언은 한마디로 교회의 역할과 의미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초적인 교회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내용들로서 이것이 어떻게 교회개혁을 위한 선언이 될 수 있는가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교회역사를 돌아볼 때 거의 모든 개혁의 외침은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16세기 말틴 루터의 종교개혁 역시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이 내용을 축약하면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 “오직 믿음만으로(Sola Fide)”, “오직 은총만으로(Sola Gratia)”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원리는 모두 “오직 그리스도만으로(Solus Christus)”라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지향하고 있다.

500년 전 말틴 루터에 의해 복음의 본질 즉 오직 그리스도만으로의 명제 아래 교회개혁이 시작되었다면 오늘 한국루터교회가 주목하는 것은 그 바탕 위에서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곧 개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에서는 교회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제일 먼저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포괄적 개혁조항」

①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위해 존재한다.

이 조항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교회가 인위적인 종교기관이 아니라는 소극적인 의미에서부터 오늘의 시대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신앙 공동체라는 광의적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다. 여기서 “하나님의 뜻”이란 성서를 통해 이 시대를 향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다. 교회는 이 세대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에 주의하여 그 뜻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교회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에 의해 세워졌다는 자각과 정체성은 교회개혁을 위한 거대한 명분과 동력을 언제나 제공한다.

② 교회는 예배, 선교, 교육, 봉사, 친교의 기능을 수행한다.

여기서 교회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기독교인이면 거의 모두 알고 있는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이러한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선 의문이 든다. 만일 교회가 이러한 역할을 바로 행하고 있다면 지금처럼 교회 안, 밖에서 개혁의 요구를 받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교회에 정작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익히 알고 있는 기본적인 신앙의 내용들을 바로 실천하는 것이다.

③ [예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나누는 예배 공동체이다.

존 나이스비트와 같은 미래학자는 Feeling, female, fiction 등 3F로 대변되는 초감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삶의 방식은 표면적인 문제해결은 가능하나 인간의 또 다른 사고방식인 감성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미 많은 산업체에서 새로운 기술을 통하여 사람의 이성은 물론 오감을 만족시키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방법들이 꾸준히 고안되어 왔다. 새로운 예배 방법들이 생겨났고 이 방법들이 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들의 목적은 대게 교회부흥에 있다. 종교에 있어서 감성적이 측면이 배제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지만 감성의 충족과 은혜를 혼돈하게 만들거나 예배를 교회부흥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루터교회에 있어서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하라 명하신 설교와 성례전을 통해 전달되어진다.

인지도가 낮은 루터교회에 있어서 교회부흥은 당면한 과제로 거의 모든 목회자가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부흥하는 교회를 모방하여 예배를 변형하는 일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설교보다는 감상적 찬양에 더 비중을 두고 성례전은 아예 다른 이벤트로 대체되기도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루터교회는 예배의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고자 한다. 만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과 성례전을 통해 은혜를 베푸신다고 믿는다면 루터가 말했듯이 목회자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교인들이 말씀과 성례전에 기꺼이(be happy to) 참여하게 할 수 있는가”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루터교회가 다른 형식의 예배 시도들을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이 말씀과 성례전을 담아내는 그릇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④ [선교] 교회는 복음전도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참여한다.

주지하다시피 교회의 사명은 복음전도에 있다. 십자가 희생을 통해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와 이를 믿는 자에게 죄의 용서와 구원이 있게 됨을 전파하는 것이다. 이 복음은 매 주일 설교를 통해 선포되고 성례전 안에서 확인 되어야 하며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증거 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하나님의 선교」이다. 교회는 하나님 자신이 이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원하시며 또 이를 위하여 활동하심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에 참여하여야 한다. 그 참여의 방법은 어디까지나 자기희생적인 것에 있다. 교회는 아무도 말하지 못할 때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도 나서지 못할 때 스스로 희생의 자리에 서야 한다.

외경인 베드로 행전에는 하나님의 선교와 교회의 참여를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 있다.

『로마 성문을 벗어나자, 베드로는 로마로 들어가시는 주님을 뵈었다. 베드로가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여쭈었다. 주님께서는「십자가에 못박히려고 로마로 가는 길이오」 라고 말씀하셨다. 베드로가 「주님, 십자가에 다시 못박히시겠다는 말씀입니까」라고 여쭈었다. 주님께서「그렇소, 베드로. 나는 다시 십자가에 못박힐 것이오」라고 대답하셨다. 그제서야 베드로는 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하늘로 다시 오르시는 주님을 뵈었다. 마침내 베드로는 기쁨에 가득 차서 주님을 찬미하면서 로마로 돌아갔다. 왜냐하면「나는 십자가에 못박힐 것이오」라는 말씀은 베드로에게 일어나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루터교회는 지난 선교 활동을 비판적 측면에서 되돌아 볼 때가 되었다. 특별히「하나님의 선교」, 즉 사회를 위한 하나님의 도구로서의 교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종교개혁500주년을 기하여 이 부분에 대한 신학적 연구와 함께 바른 참여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자 한다.

⑤ [교육] 교회는 하나님 백성을 가르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루터교회도 다른 교회와 마찬가지로 성서, 성례전, 기도, 신앙생활 등울 중요한 교육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중 신앙생활에 대한 교육에 있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루터의 만인사제론이다. 이 만인사제론은 직업소명설과 연계하여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루터는 영적인 직업과 세속적인 직업의 차이를 부정했다. 그는 모든 직업에 있어서 직무상의 차이는 존재하나 신분의 차이는 없다고 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분은 사제(제사장)이며 그들의 직업은 하나님으로부터 부름 받은 사제직 실천의 장(場)이다. 그리고 이러한 직업을 통한 사제직의 실천은 곧 이웃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루터교회를 포함하여 많은 교회들이 신실한 그리스도인을 목표로 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들이 내적 신앙이나 교회 중심적 신앙생활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교육은 교인을 교회에 충실한 일꾼으로는 성장시킬 수 있으나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이웃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신앙인으로 자라나게 하는 데엔 부족한 면이 많다.

기독교연합신문에서 2015년 10월 16~19일 동안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만약 중세 가톨릭처럼 교회가 타락했다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네티즌의 답변은 ‘목회자의 독선’이 37%, ‘장로들의 세력화’ 17%, ‘기복신앙을 빠진 교인’ 21%, ‘기타’ 21%로 나타났다.

이 설문의 결과는 만인사제직에 관한 교회교육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인사제직에 근거한 교회 교육은 목회자들로 하여금 겸손히 그 직무를 감당하게 하고 교인들에게는 이웃과 사회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는 서로 직무상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게 할 것이다.


3. 마치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루터교회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자 한다. 500년 전 교회뿐 아니라 사회의 변혁을 주도했던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살려 우리 루터교회 안의 개혁의 과제들을 찾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표어를 “다시 그리스도만으로”로 삼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루터교회에 있어서 개혁의 과제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교회 존립의 문제이다. 교회 개혁을 통해 시대의 요구와 미래 환경에 대응하지 않으면 구멍 난 배가 가라앉듯 서서히 침몰해 갈 것이다. 교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신비주의, 개인주의, 세속주의, 기복주의 등의 잘못된 믿음의 형태와 교회부흥주의, 개 교회 중심주의를 비롯한 교회의 진리를 가로막는 모든 악습을 끊어내야 한다. 이 모든 병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은 “오직 그리스도만으로”의 원리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의 종교개혁 95선언」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자신을 향한 외침이다. 그것은 기독교 신앙과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스스로를 향한 호소이다. 선언문은 어떻게든 완성될 수 있고 언제든 발표될 수 있다. 이 선언문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그 간절함은 우리 자신이 병들어 있음을 인정하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는데서 부터 온다. 루터교회의 50여 년의 짧은 역사 가운데 자랑할 만한 일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 성과들이 결코 교회개혁을 위한 시대적 요구를 덮을 순 없다. 지금의 여러 가지의 잘못된 현상을 직시하고 이 병에서 치유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다시 그리스도께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개혁되어야 할 우리의 문제를 고백하고 다시 그리스도께 돌아갈 때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의 개혁을 이루어 주실 것을 믿는다.

원종호 목사  기독교한국루터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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