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URD운동 수련회
[19회] 한국교회개혁 94개조 선언 작성과정 및 내용(2017/06/20) 한목협 제19회 전국수련회 주제발제

1. 시작하는 말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발표한 “95개 논제”는 역사의 결정적 변혁 사건이었다. 그 논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회개 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 4:17)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이 말씀에 의거하여 루터는 당대 교회의 부정과 부패,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새 역사의 서막을 고(告)하였다. 5백년이 지난 오늘 한국교회는 통절한 참회와 변혁이 촉구되는 절박한 상황 속에 놓여 있다. 한국교회는 근현대 한국사회 문화 변동과정에서 공적인 역할과 기여가 분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존립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 봉착하였다. 참으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준엄한 자기성찰과 근본적인 쇄신이 없다면 교회 존립의 토대들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를 향한 종교개혁은 교회 안팎의 도전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그것들에 대해 철저하게 저항할 것을 요청한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는 경제의 무한성장, 부의 무한축적을 가능케 하여 기득권 세력의 지배질서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양극화의 골을 더욱 심화시켜 놓았다. 또한 과학기술문명의 진보, 정보의 탈규제와 시장화는 생명경시 풍조와 생태환경의 광범위한 파괴를 불러일으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는 분단체제의 고착화와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 우리사회를 불안으로 내몰고 있다. 한반도의 냉전질서가 초래한 반공적 규율사회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위와 같은 도전들 앞에 오늘의 한국교회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회는 자본의 질서와 결합하여 물질우선주의, 교회성장주의 신화 속에 빠져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교회는 성장이 목회의 최우선 목표가 되고 인력과 재정의 대부분을 예배당 건축과 교세확장에 투여함으로써 종교의 시장상황을 초래하였다. 또한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인간 생명을 중시하고 보존해야 하는 책임성을 망각하고 복음을 공공의 영역으로부터 사적인 영역으로 축소시켜 놓았다. 그리고 교회는 국가와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위하여 예언자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을 발휘하기보다 지배이념과 결탁하여 호전성과 공격성을 서슴지 않고 노출시켰다. 지금 한국교회에서는 남북화해와 협력, 통일의 대장정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청산하려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종교개혁의 주요 기치는 ‘오직 믿음’, ‘오직 성서’, ‘오직 은총’이다. 작금의 한국교회 위기는 종교개혁의 소중한 유산들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왜곡된 데서 비롯되었다. ‘오직 믿음’은 사회적 실천이 결여된 개인의 내면적인 신앙으로 변질되었고, ‘오직 성서’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역동성을 성서 문자로 제한시켰으며, ‘오직 은총’은 죄악을 신앙의 이름으로 합리화시켜 주는 ‘값싼 은총’으로 전락되었다. 또한 목회자와 장로들을 중심으로 한 성직권력은 강고하게 구축되어 만인사제직의 정신을 붕괴시켰다.

오늘의 종교개혁은 종교개혁의 정신들을 숙고하여 현재의 상황에서 철저하게 실천하는 일이다. 그것은 먼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통렬한 회개와 자기 혁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같은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기 위하여 한국교회연구원(위원장: 전병금 목사)은 ‘95개 조항 작성위원회’를 구성하고 범 교단적 차원의 목회자와 신학자가 참여하여 수차례 논의와 토론을 거쳐 본 문서를 작성하여 공포하게 되었다.


2. 작성 과정 및 내용

1) 본 연구원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몇 차례 모임을 갖고 문서 작성 실무팀을 꾸려 방향과 내용, 향후 진행사항 등을 논의하였다.

2) 문서 작성은 김원배 목사, 이문식 목사, 김주한 목사 3인을 중심으로 수차례 모임을 통해 다음 몇 가지 원칙 아래 문서 내용을 작성하기로 결정하였다.

(1) 세계현실과 한국사회, 그리고 한국교회 위기의 현실을 진단하여 정리한다.
(2) 교회의 본질과 사역의 의미를 성경의 관점에서 정리해 내고 그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현 단계 현상들에 대한 통절한 자기비판 및 죄책 고백을 서술한다.
(3)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공적인 책임들을 제시하여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정리한다.

3)위의 방향에서 본 문서는 현 단계 한국교계의 자기성찰 및 혁신을 위하여 영역별로 세분화하여 선언문을 구체화하였다.

(1) 본 문서는 총 9장, 94개조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2) 제1장 참회에 관하여는 참회의 대상이 주로 목사의 교회 및 사회적 책임성과 소명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3) 제2장 교회에 대하여는 ‘물질주의와 성장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교회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였다.
(4) 제3장 교회 지도자에 대하여는 교계 지도자들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이며 권위적인 지배구조 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였다.
(5) 제4장 총회와 교단에 대하여는 종교개혁의 기본정신인 ‘만인사제직’의 정신에 비추어 제 교단의 민주적 구조로의 혁신이 시급함을 역설하였다.
(6) 제5장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에 대하여는 교회의 일치 운동을 통해 공교회로서 위상을 확보할 것을 촉구하였다.
(7) 제6장 신학교육에 대하여는 현 단계 한국 신학계의 자성을 촉구하고 목회자 양성기관의 전문화와 표준화를 요청하였다.
(8) 제7장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는 우리 사회와 민족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교회 및 그리스도인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주장하였다.
(9) 제8장 창조 질서 보존에 대하여는 생태계 분야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10) 제9장 희망에 대하여는 종교개혁 5백 주년이 단순히 기념이나 회상에 그치지 아니하고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혁신의 원년으로 삼을 것을 천명하였다.


3. 마치는 말

한국교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교회개혁 94개조 선언”은 열린 문서이다. 다만 본 선언문이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본 연구원은 이 선언이 그야말로 ‘선언’으로 그치지 아니하고 각 교단별로 공론화시켜 구체적인 실천 지침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선언문은 앞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여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아무쪼록 본 연구원이 발표한 “선언”이 한국교회 모두가 다함께 긴급하게 실천해야 할 한국교회개혁 실천조항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김주한 교수  한신대학교 신학과

<저작권자 ©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