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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위기와 목회자의 윤리적 책임(2017/07/20)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발표회

1. 머리말

늙은 호박, 안개 속을 움직이는 연료가 떨어진 자동차, 초점이 맞지 않는 수십 개의 렌즈, 초식공룡, 흐린 가을 하늘,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비행기,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난치병 환자, 이것들은 크리스천 여론선도층 심층면접조사 결과 그들이 평가하는 한국교회 연상 이미지들이다.1) 한국교회에 대한 위기의식은 그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목회자와 평신도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잃어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한국교회에는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한때 뜨겁고 열정적이고 부흥하고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교회는 열정이 식었고 부흥도 안 되며 사회적으로도 공신력을 잃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이러한 영욕(榮辱)의 중심에 목회자들이 있다. 모든 조직에서 지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의 지도력에 따라 그 조직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이것은 특히 종교조직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종교조직은 종교 지도자가 거의 독점적으로 종교적 가치와 규범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가르치고 그들을 이끌기 때문이다.

교회의 수준, 그리고 교인들의 수준은 목회자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성직자의 높은 영적, 도덕적 수준은 교회와 교인들의 수준을 높이겠지만 만일 성직자의 영적, 도덕적 수준이 낮다면 교회와 교인의 수준도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는 한국교회의 공과(功過)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다수의 목회자들은 자신의 목회 현장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양적, 영적 위기에 대하여 누구보다 깊이 성찰하고, 그 변화와 갱신에 대하여 앞장서는 것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강연에서는 먼저 한국교회의 위기 실태를 분석하되 양적인 측면과 사회적 신뢰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다음으로는 목회자에 대한 교인들과 비교인들, 그리고 언론의 평가를 다루면서 목회자의 문제적인 현실을 밝힐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목회자가 솔선수범해야 할 한국교회의 개혁 과제를 영성과 도덕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다. 주제에 대한 접근방법은 신학적인 것이 아니라 종교사회학적인 것이다.


2. 한국교회 위기의 실태

오늘날 한국교회 위기의 사회적 징표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그동안 눈부시게 성장을 거듭해 왔던 한국교회가 이제 그 성장이 멈추고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교회가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잃어버림으로 공신력이 한없이 추락한 것이다. 먼저 양적 성장의 문제를 살펴본다. 지난 몇 십년간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급격히 성장했던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1960-2010년 사이 50년간 교회 수는 5천 개에서 8만 개로 늘어 16배가 되었고, 교인 수는 60만 명에서 9백 만 명으로 늘어나 15배가 되었다. 어떻게 이러한 성장이 가능했을까?

과거 한국교회 급성장의 요인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196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뜨겁고 열성적인 부흥운동, 성령운동, 전도운동, 신앙운동 때문이다.2) 한국교회의 신앙적 역동성이 성장이라는 열매를 맺게 한 것이다. 둘째로,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 특히 열정적 감성주의, 현세적 공리주의, 무교적 기복주의와 같은 한국의 문화 정서가 종교 신앙의 확산에 도움을 주었다.3) 셋째로, 정치적인 불안과 공포, 경제적인 빈곤과 박탈감, 사회적인 소외를 야기한 문제적인 상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혹은 성당이나 절)를 찾게 했다.4)

그러나 2천 년대에 와서 한국교회는 정체되기 시작하다가 최근에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10년 단위로 실시하는 통계청의 인구조사 결과 1995-2005년 사이 개신교인 수는 14만 명 감소했다. 그런데 2015년 조사에서는 그 수가 968만 명으로 2005년보다 오히려 120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교인 수가 증가한 것일까? 두 가지 현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스스로 개신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교회에는 나가지 않는 소위 ‘가나안 성도’의 증가이다. 그 비율은 최근 개신교인의 17%(165만 명)에 이르고 있다.5) 다른 하나는 신천지, 여호와의 증인, 영생교 등 이단 집단의 성장이다. 이들의 수는 백 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통계청의 인구조사는 가나안 성도나 이단 교인들도 모두 개신교인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전통 교단 소속 교인으로 자주든 가끔이든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 수는 실제로 700만 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교단 통계도 교인 수의 감소를 보여준다.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이라 할 수 있는 예장 합동, 예장 통합, 감리교, 예장고신, 기장의 경우 예외 없이 교인이 줄고 있는데, 이 다섯 교단에서만 지난 5년간 교인 수가 50만 명이나 감소했다.

왜 한국교회는 양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을까? 크게 보면 상황적 요인과 교회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한국사회의 상황 변화가 교회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했다. ‘박탈-보상 이론’(deprivation-compensation theory)에 따르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박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그리고 박탈의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그것에 대한 보상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종교성이 강하고 교회도 성장하기 쉽지만, 반대로 개인이나 사회에서 박탈의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사람들의 종교성이 약해지고 교회는 쇠퇴하게 된다.6) 실제로 세계적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민주화 수준),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소득 수준), 사회적으로 보장되어 있고(복지 수준), 여성의 지위가 높은(성 평등 수준) 나라들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교회가 쇠퇴하는 반면에,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빈곤하며, 사회복지 수준이 낮고, 여성차별적인 나라들에서는 대개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7)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주화되었고, 경제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이제 한국은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1960년 1인당 국민소득이 80 달러에 불과했는데, 2016년에는 그것이 2만 8천 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배부르고 따뜻하고 편한 삶을 누리면서 한국인은 서서히 종교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2005년 47%였던 무종교인의 비율이 2015년에는 56%로 크게 늘어났다.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 그리고 복지 향상과 함께 종교적 관심이 멀어지며 교회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던 서구 사회의 종교적 ‘세속화 현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8)

경제적 수준의 향상은 한국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적인 여유는 사회적인, 심리적인 여유를 만들어내면서 종교 이외의 것, 특히 “인생을 즐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생활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조사에서 ‘종교를 갖는 것’이라고 응답한 한국인 비율은 1984년에는 11%였으나 2014년에는 5%로 줄었고, ‘신념을 갖고 생활하는 것’이라는 응답은 같은 기간 동안 27%에서 6%로 크게 감소했다.9) 반면에 지난 30년 사이 ‘돈이 많은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11%에서 25%로 늘었고, “여가/휴식 시간이 많은 것‘은 2%에서 12%로 증가했다. 도덕적, 종교적 관심은 약화된 반면에, 물질적, 오락적 관심은 훨씬 더 많아졌다. 이제 급속히 발달한 여가산업(leisure industry)이 하나의 대체종교(alternative religion)로서 신도 확보 및 유지에서 기성종교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다.10)

한국교회 쇠퇴에 중요하게 작용한 또 다른 상황적 요인은 인구학적인 변화인데, 특히 낮은 출산율이 문제다. 종교가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종교인의 출산율, 근본적으로는 국가의 출산율이 높아야 한다. 과거 교회성장에 기여했던 한국인의 높은 출산율(예를 들면 1970년 4.53)이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2016년 1.17)으로 떨어졌다. 이 비율은 세계 평균 2.54의 절반도 안 되며, 선진국 평균 1.6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출산율은 대개 선진국의 경우 낮은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2.0보다 낮은 나라 가운데 종교가 성장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한국의 낮은 출산율 때문에 2030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인구의 감소는 자연히 종교 인구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2060년경에는 개신교 인구가 400만 명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측한다.11) 한국교회의 미래가 더욱 암울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쇠퇴를 촉진한 보다 심각한 요인은 교회 자체에 있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공신력을 잃으면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아졌다는 점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2017년 여론조사 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단위로 실시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12)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우선 전반적 신뢰도에서 한국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겨우 20%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에 이르고 있다. 이것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51점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간다”는 데는 18%(49점), “목사님의 설교와 행동에 믿음이 간다”는 데는 21%(51점), “한국교회의 활동은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28%(57점)만이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 기관에 대한 물음에서는 응답 비율이 가톨릭(33%), 불교(21%), 개신교(19%)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신교가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무종교인의 개신교 평가는 치명적일 정도로 부정적이다. 그들의 평가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종교기관 역시 가톨릭(37%), 불교(18%), 개신교(7%) 순이다. 무종교인 가운데 개신교 교인을 신뢰하는 비율은 9%, 목사에 대한 신뢰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한국교회에 대한 무종교인들의 이런 불신은 선교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 된다. 따라서 한국교회에 대한 이러한 낮은 신뢰도가 한국교회 쇠퇴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하겠다.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 때문에 많은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가서 비신자가 되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무종교인의 35%가 과거에 종교 신앙을 가지고 있다가 종교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13) 그 비율을 인구로 환산하면 880만 명이다. 무종교인의 과거 종교를 보면 개신교가 68%로 가장 많고, 다음은 불교(22%), 가톨릭(10%) 순이다. 결국 600만 명이 개신교를 믿다가 무종교인이 된 것이다. 타종교로 개종한 비율도 개신교가 가장 높다. 한국의 종교인 가운데 다른 종교로부터의 개종 경험이 있는 비율은 10%로 250만 명 정도이다. 이 가운데 개신교를 떠나 다른 종교로 개종한 비율이 52%로 가장 높은데(불교에서 다른 종교로, 33%; 가톨릭에서 다른 종교로 10%), 이것을 환산하면 130만 명 정도다. 결국 그동안 개신교를 믿다가 교회를 이탈한 인구는 모두 730만 명이나 된다. 이것은 불교 이탈자 270만 명, 가톨릭 이탈자 115만 명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이며, 결국 한국교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 현실을 반영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개신교를 믿다가 무종교인이 되어 버리거나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일까? 개신교인이 교회를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교회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14) 교회가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세속주의(예를 들면 돈이나 권력에 집착하는 경향)에 물들어 있는 모습에 반감을 가졌다. 목회자나 교인들의 사랑과 관심의 결여, 소속감의 결여나 목회자에 대한 불신도 중요한 요인이다. 목회자의 무의미한 설교, 비인격적인 태도, 권위주의 등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헌금과 전도에 대하여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교회 내의 파벌 싸움과 갈등도 문제이다. 이렇게 해서 많은 교인들이 교회를 떠났고, 지금도 떠나고 있다.

한국인들은 한국교회의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는 것일까? 이 문제는 한국교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한목협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개신교인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 이유로 들고 있다.15) 한국교회는 목사나 교인에 있어 언행일치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 확장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전도가 너무 강제적이고 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교회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분열과 다툼이 심하다는 것이다. 목회자의 사리사욕이 심하다는 것이다. 타종교에 대하여 너무 배타적이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규율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외형에 너무 치우친다는 것이다. 세속화되어 세상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사회적인 신뢰를 상실하고, 쇠퇴를 촉발하게 된 것은 한국교회가 영성과 도덕성을 상실했다는 데 기인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책임이 크다. 따라서 목회자에 대한 평판이나 신뢰 수준도 별로 높지 않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3. 목회자의 평판과 윤리문제

왜 한국교회는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가? 한 마디로 너무 세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사회는 교회가 세상과 다르기를, 사람들은 성직자와 교인이 비신자들과 다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교회가, 교인이, 그리고 성직자도 비신자들과 다르지 않다. 믿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돈과 권력과 명예를 탐한다. 많을수록, 클수록 좋다는, 그리고 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천민적 자본주의, 물량주의,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다. 종교의 본질,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렸다. 결국 영적 쇠퇴가 양적 쇠퇴를 초래한 것이다.

한국교회의 문제를 외국 학자인 존스톤(Patrick Johnstone)과 맨드릭(Jason Mandryk)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16) 그들은 한국교회의 네 가지 문제점을 제시한다. 첫째는 영적 자만심이다. 한국교회는 성공과 번영이 하나님의 축복을 나타내는 척도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드러난 성장, 인상적인 조직과 건물에 대한 자만심이 있다는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십자가를 지기보다는 성공, 부, 학위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분열이다. 한국교회는 교리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너무 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교회의 지도력에 대한 것이다. 지도력이 너무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목회자의 높은 지위가 성서적인 섬기는 지도력을 방해하고 분열, 형식주의, 율법주의를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넷째는 윤리적 가르침이 소홀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서적 진리가 사회 주제에 적용되지 못하고 낮은 윤리적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매우 뼈아픈,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평가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존스톤과 맨드릭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문제들은 대부분 목회자들과 관계된 것이다. 목회자의 영적, 도덕적 자질도 문제이며, 그들이 교회를 이끌고 교인들을 가르치는 방식도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에게서 보이는 영적, 도덕적 문제는 그들에 대한 평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한국교회 목회자의 다수는 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건강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들은 헌신적으로 목회 사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편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특히 교계의 지도자들이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세속화되고 부도덕하여 교회 전체의 이미지를 흐려놓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한 인식이 불식되지 않고는 한국교회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다. 이제 목회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목회자 자신, 크리스천 여론선도층, 일반 교인, 비신자들의 평판을 차례로 알아본다. 여기서 제시하고 있는 자료는 한목협의『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2013)에 나와 있는 조사 결과이다.

목회자들은 한국 목회자의 역할 수행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할까? 한국교회 목회자가 자기 역할을 얼마나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물음에 대하여 “잘 하고 있다”(매우+약간)는 응답 비율은 64%였다. 이 가운데 “매우 잘 하고 있다”는 비율은 9%에 불과했다. 특히 “개인적인 물질에 욕심이 없다”(42%), “권위주의적(가부장적)이다”(49%), “도덕적, 윤리적으로 모범적이다”(54%), “정직하다”(59%)는 항목에서는 긍정적인 평가 비율이 모두 60%에 미치지 못한다. 한 마디로 목회자들도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에게 문제가 많다고 보는 것이다. 위 항목들은 모두 목회자의 영성과 도덕성에 관한 것이다. 목회자들이 보기에도 한국교회 목회자의 영적, 도덕적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하는 인식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가 아닌가 한다.

크리스천 여론선도층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에 대하여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회자에 대한 그들의 평가도 매우 비판적이다. 구체적으로 목회자의 문제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지적한다. 무엇보다 목회자는 권위주의와 교권주의를 버리고 물질주의와 기복신앙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지도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말씀과 삶의 일치에 모범이 되고 인격적 성품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복음의 목적을 교회성장이 아니라 신앙성숙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존경받는 목회자상을 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목회자의 영성, 도덕성, 인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교인들은 목회자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교회 목회자에 대하여 교인들이 “만족한다”(매우+약간)는 긍정적 응답 비율은 “권위주의적(가부장적)이다”(52%), “개인적인 물질에 욕심이 없다”(57%), “도덕적, 윤리적으로 모범적이다”(69%), “정직하다”(70%)는 항목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 비율이 70% 이하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도 “매우 만족”이라는 비율은 대개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교회 목회자를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72%였다. 교인들에게는 목회자의 위상과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위에 나타난 목회자 신뢰도 수준은 결코 높은 것이 아니다. 한편 한국교회 목회자 만족도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직’(36%), ‘윤리적 모범’(25%), ‘솔선수범’(16%) 순이었다. 교인들의 목회자 신뢰에 있어 목회자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한국교회 목회자에 대한 한국인 일반, 특히 비신자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그래서 “개신교 목회자의 설교와 행동에 믿음이 간다”는 응답 비율은 비개신교인 가운데 25%로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그들 가운데 “목회자의 자질이 낮다”고 평가한 비율은 75%에 이르고 있다. 목회자는 교회를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에 목회자에 대한 사회적 인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도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목회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2014년 한국장로신문이 전국장로수련회에 참석한 예장 통합 장로 852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의 현실”과 관계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한국교회의 위기의 원인’에서 첫 번 째로 지적된 것이 ‘목회자의 부족한 영성과 인성’(34%)이었다(다음은 ‘신앙 및 교회의 세속화’로 29%).17) 한국교회가 대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은 1위(53%)를 차지 했다(다음은 ‘교인들의 삶의 변화’로 18%). 한국교회의 위기의 근원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도 목회자이며, 결국 그들의 영성과 도덕성이 한국교회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교회의 평신도 지도자들의 지배적인 견해인 것이다.

2014년 교회언론회에서 교계 기자 대상으로 실시한 “교회연합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연합단체 분열의 이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교회 지도자들의 명예와 욕심, 공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시도 때문“(35%)이라는 것이었다.18) ‘한국교회를 이끌 지도자의 부재 때문’(18%)이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절반 이상(53%)이 ‘지도자가 문제’라고 답을 한 셈이다. ‘교회 연합의 걸림돌’이 무엇인지 묻는 물음에는 압도적으로 높은 65%의 응답자가 ‘지도자들의 교권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라고 응답했다. 결국 교계 기자들은 교회연합의 방해 주범이 바로 교회 지도자들이라고 본 것이다. 이 역시 목회자들, 특히 교계 지도자들에게 ‘비움의 영성’이 부족하다는 예리한 비판이라 하겠다.

2017년 기독교언론포럼이 전국 주요 언론사 기자 225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세속화/물질주의’(44%)와 ‘목회자의 자질부족/사리사욕/이기심’(34%)을 꼽았다.19) 한국교회가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여기서도 교회와 목회자의 영성(세속화/물질주의 극복)과 도덕성(목회자의 사욕 포기)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한국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단순히 교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본질인 영성과 도덕성을 잃으면서 사회적 존경과 신뢰도 함께 잃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급성장하면서 너무 자만했고, 풍요로워지면서 세속화되었다. 1960, 70년대의 뜨거운 복음적 열정을 잃어버렸고, 성공과 성장에 도취되어 순수한 신앙을 잃어버렸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들은 영성을 말하면서도 부와 권력과 명예를 탐했다. 세상적인 존귀와 영광과 권세를 추구했다. 도덕성을 말하면서도 바르게 사는 일에 모범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 종교에 대해 언론과 방송에서 비판적으로 다루는 대상은 대부분 개신교회요 개신교 목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회세습이나 교회재정 비리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만, 그밖에도 교권다툼으로 인한 교파분열, 파벌과 금권선거로 치러지는 교단장 선출, 교회매매와 성직매매, 교회의 사유화와 개교회 왕국의 건설, 성직자의 성적, 금전적 비리 등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면서 한국교회, 그리고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 비신자들(무종교인과 타종교인)들로부터(때로는 신자들로부터도) 조롱과 비난을 받아 왔다.

이상의 모든 조사 결과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한국교회는 목회자가 바로 서야 교회도, 평신도도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는 어떻게 바로 설 수 있는가? 한국교회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이제 이 문제들에 대하여 논의하려고 한다.


4. 한국교회의 개혁 과제와 목회자의 책임

한국교회는, 그리고 목회자는 무엇보다 영성과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들은 교회의 본질이며 신앙의 본질이기도 하다. 목회자와 교인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종교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던 기독교적 가치이기도 하다. 먼저 영성의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영성’(spirituality)이란 신적인, 거룩한, 영적인, 하늘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반대로 ‘세속화’ 또는 ‘세속주의’(secularism)는 인간적인, 세속적인, 물질적인, 이 세상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한국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교회 역시 세속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우선적인 과제는 ‘영성’을 회복하는 일이라 하겠다. 영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교회는 심각하게 영성을 상실했고, 이것이 한국교회 위기의 근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성은 신앙의 본질이요, 교회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영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여기 목회자가 앞장서야 한다. 영성은 영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물질주의, 성공주의, 출세주의와 같은 이 세상적 가치보다 영적인 가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영성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이 세상적인 물질, 명예, 권력, 성공 등에 집착하는 과오를 범했다. 교회와 목회자의 성공 척도를 교인 수, 건물 크기, 예산의 규모에 두었고, 교인에 대한 평가도 사회경제적 지위, 헌금 액수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20) 이렇게 한국교회는 영적 능력을 잃어버렸다.
영성은 종교만이 가지고 있고, 종교에서만 보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의 수준을 평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 개신교의 영적 수준은 매우 낮다. 한 조사 결과 “한국교회가 영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는 응답자는 15%에 머물고 있으며, “교회 지도자의 영적 자질이 우수하다”는 응답 비율도 19%에 불과하다.21) 비종교인 가운데 “종교 지도자의 자질이 우수하다”는 응답이 신부는 32%, 승려는 21%이지만, 목사의 경우에는 17%로 가장 낮았다.22)

영성 상실이 한국교회 위기의 한 근원이며, 이 점에 있어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가톨릭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1년 만에 서울 대교구 가톨릭 신자는 30-40%나 증가했다고 한다.23) 종교지도자의 영적 지도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 종교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목사로 불리기보다는 박사나 교단 직책 혹은 온갖 모임의 장, 대표, 고문 등으로 불리길 좋아하는 목회자, 교단정치에 몰두하는 목회자, 성공과 출세, 명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목회자, 자신의 영적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지 않는 목회자로서는 한국교회의 영적 수준을 끌어올릴 수 없을 것이다.

목회자는 부와 명예와 권세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는 종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참된 영적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 한국교회에 아쉽다. 따라서 양적인 성장보다는 영적인 성장을 이루어내야만 한국교회는 그 본질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에, 그리고 목회자에게 주어진 두 번째 과제는 도덕성(morality)을 회복하는 일이다. 도덕성이란 바르고 의롭게 사는 것이다. 정직하고 신실하게 사는 것이다. 목회자와 교인의 삶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칭송받을만한 것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목회자와 교인을 평가하는 잣대는 신앙의 수준이 아니라 삶의 도덕적 수준이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지역사회에서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며 바른 길을 가야 한다. 특히 성직자가 품위를 잃어 사회의 지탄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도덕성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도덕성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는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윤실의 조사 결과 한국교회 목회자가 신뢰도 제고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윤리/도덕성’이라는 응답 비율이 압도적으로 가장 높았다(49%).24) 다음으로는 ‘물질 추구 성향’(13%), ‘사회현실 이해’(11%), ‘교회 성장주의’(9%) 순이었다. 교인들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선점으로 지적된 것은 ‘정직하지 못함’(28%), ‘남에 대한 배려 부족’(27%), ‘배타성’(23%), ‘사회에 대한 무관심’(9%), ‘기복주의’(8%) 순이었다. 결국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결정적인 근거는 목회자나 교인들의 부도덕성 혹은 윤리성 부재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교인에 대한 사회적 인상은, “신앙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신앙은 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목회자나 교인들이 열심히 믿기는 하지만, 삶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이다. 바르게 사는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목회자와 교인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도덕성은 특히 교회 지도자에게는 결정적인 것이다. 그런데 목회자의 도덕성에 대한 평판은 앞에서 보았듯이 별로 좋지 않다. 교회 지도자 가운데 금전적인, 혹은 성적인 비리가 드러난다든가, 일부 대형교회에서 목회자가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교회 전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중요한 요인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에서 보여 지듯이 교단 간에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교회 지도자들의 권력 다툼과 갈등도 교회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주도권 다툼은 거의 모든 교단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보다 구체적으로는 목회자들은 어떻게 영성과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종교개혁자들의 교회갱신 운동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의 원리는 가톨릭교회가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교회, 전통, 의례, 권위, 행위를 대신해서 내세운 믿음, 은총, 성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세 가지 본질적인 원리를 종교개혁의 주제로 삼았다. 첫째는 ‘오직 믿음으로만’(sola fide)의 원리다. 사람이 의로워질 수 있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믿음에 의해서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둘째는 ‘오직 은총으로만’(sola gratia)의 원리다. 인간이 구원받는 것은 하나님의 은총에 의한 것이지 인간의 공로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는 ‘오직 성서로만’(sola scriptura)의 원리다. 교회 권위와 기독교 진리의 유일한 근거는 전통이나 제도가 아니라 성서라고 주장했다. 이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기로 한다.

종교개혁의 첫 번째 원리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믿음으로 복받는다”는 것이 신앙의 원리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믿는 이유가 의롭게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자 되고 출세하고 성공하고 건강하기 위해서라고 믿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가 아니던가? 믿음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 즉 복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교회 현실이 아닌가? 누가 이렇게 가르쳐 왔는가? 여기에는 목회자들의 책임이 크다.

믿음을 돈과 권력과 명예와 결부시킨 결과 교인들은 하나님보다 세상을 사랑하는 세속주의에 물들어 있다. 성직자도 마찬가지다. 교회에 돈과 힘이 생기면서 점점 권력에 물들고 돈으로 교회와 교인을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교회와 목회자의 성공 척도를 교회 크기나 예산과 같은 외형적인 것에 두고 있지 않은가. 물질주의 가치관에 함몰되고 물량주의에 빠져 있지 않은가. “오직 믿음으로만.” 그러나 그것으로 의로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적인 복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한국 교회는 분명히 개혁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믿으면 복 받는다고 외쳐온 목회자들이야말로 개혁의 걸림돌이 아닐까?

종교개혁의 두 번째 원리는 “오직 은총으로만‘이라고 했다. 한국교회는 과연 하나님의 은총에 의지하고 있는지 돌이켜보자. 우리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며,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오직 하나님께 감사하고 영광 돌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교회, 특히 소위 성공했다는 성직자들이 과연 그런가?

세상적인 기준으로 성공했다는 대형교회 목회자 가운데서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을 내세우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들 가운데 예수를 자랑하지 아니 하고 자신의 성공담, 무용담을 항상 내세우고 자신의 공로를 과대평가하거나 자화자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개교회 왕국을 세우고 교회를 사유화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은혜롭지 못한 일들을 행하며, 자리에 오르면 섬기기보다 오로지 섬김을 받으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크게 성공했으면서도,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겸손한 지도자를 만나기가 어찌 그리 힘든 것일까. 이렇게 하나님의 은총보다 인간의 공로와 능력을 내세웠던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개혁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종교개혁의 세 번째 원리는 “오직 성서로만”이라고 했다. 이것은 성경만 읽어야 한다거나 문자적인 축자영감설을 믿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성경이 삶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성경의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한국의 교인, 심지어는 성직자까지도 성경을 많이 읽고 많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성경의 말씀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비판을 받고, 목회자와 교인들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인들은 성경 말씀보다는 사람 말, 세상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돈 버는 법, 출세하는 법, 성공하는 법, 처세 잘 하는 법, 건강해지는 법 등에는 관심이 많고 그 지침대로 살려고 한다. 그러나 참으로 사는 법을 가르치는 성경의 말씀은 실천하지 않는다. 예수 믿는다면서도 성경에서 보여주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 성경은 겸손하라고 하지만 교만하고, 용서하라고 하지만 복수하며, 사랑하라고 하지만 미워하지 않는가. 나중이 되라고 하지만 처음이 되려고 하고, 가난해지라고 하지만 부유해지려고만 하지 않는가. 의로워지라고 하지만 불의와 타협하고, 낮아지라고 하지만 높아지려고만 하지 않는가. 돈을 섬기지 말라고 하지만 돈을 밝히고 있으며, 약한 자를 돌보라고 하지만 강한 자에게 의지하지 않는가. 성경은 참으로 사는 길을 가르치는데 우리는 잘 사는 길만을 추구하지 않는가. 누가 한국교회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가? 누가 이런 교인들을 만들어 놓았는가? 목회자들이 먼저 “오직 성서로만”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면서 교인들을 이끌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5. 맺는말

한국교회는 가진 것이 없고 누릴 것이 없었을 때 오히려 신앙적인 역동성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지고 많은 것을 누리게 되면서 한국교회는 영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교회의 양적 성장이 영적 쇠퇴를 가져온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공신력의 상실로 이어졌다. 성공에 취하여 그 열매를 즐기는 동안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멀어졌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한편 순수한 신앙, 사회변형의 에토스를 잃어버렸다. 교회는 커졌지만 섬기는 종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부유해졌지만 교만해졌다. 세속주의에 물들면서 영성과 함께 도덕성도 잃어버렸다. 이제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종교개혁은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고, 성직자가 성직자답지 못했고, 교인이 교인답지 못했던 중세 가톨릭교회를 바로 세우려는 갱신운동이요 신앙운동이었다. 오늘날 수많은 교회, 수많은 목회자와 교인들이 있으면서도 세상을 하나님의 뜻에 맞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중세기 가톨릭교회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한국교회를 이끌고 모든 교인들을 양육해야 하는 목회자들이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이 이루어지려면 목회자들부터 변해야 한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제2의 종교개혁이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려면 믿음을 단순히 복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 은총보다 자신의 공로에 의지하려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고 있는 교회(목회자, 교인)의 현실에 대한 통렬한 회개운동이 먼저 있어야 하겠다. 전통주의, 권위주의, 파벌주의, 물질주의에 물들어 있는 비신앙적인 틀을 깨뜨려야 한다. 하나님보다 이 세상적인 것(돈, 권력, 지위, 명예)을 더 사랑하고, 기독교인다운 도덕적 삶을 살지 못하고, 서로 하나 되는 공동체적인 관계를 갖지 못했던 모습을 청산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인 믿음, 은총, 성서에 근거하여 참된 영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회개운동과 신앙 실천운동이 목회자들로부터 시작되어 한국교회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주]
1)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가 2012년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하여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의식조사보고서」가운데 “크리스천 여론선도층 심층면접조사” 부분. 이 조사보고서는 또한 “개신교인 및 비개신교인 조사”와 “목회자의 생활의식 조사” 결과를 함께 보고하고 있다. 이 모든 조사 결과는 2013년『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도서출판 URD)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2) 이원규,『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kmc, 2010) 165.
3) 이원규,『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제1장 참조.
4) 이원규,『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166-67.
5) 지용근, “타 여론조사의 비교를 통해 본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결과발표 세미나 자료집.
6) 이원규,『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제9장 참조.
7) 이원규,『인간과 종교』(나남, 2006) 제12장.
8) 서구 사회의 종교적 세속화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이원규,『머리의 종교에서 가슴의 종교로』(kmc, 2012) 제3장, 제4장.
9) 한국갤럽,『한국인의 종교』(2015) 76.
10) 이원규,『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176-77.
11) 최윤식,『2020 2040 한국교회의 미래지도』(생명의 말씀사, 2013) 39-41.
12) 기윤실,「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2017).
13) 한국갤럽,『한국인의 종교』(2015) 27-8.
14) 이원규,『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182.
15) 한목협,『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168.
16) Patrick Johnstone and Jason Mandryk, Operation World (Harrisonburg, VA: Donnelley $ Sons, 2006) 388.
17) NEWS MISSION 2014. 07.23.
18) NEWS N NET 2014. 03.08.
19) 「교회연합신문」 2017. 01.15.
20) 박영신, “경제주의와 종교적 삶.” 박영신, 정재영,『현대 한국사회와 기독교』(한들출판사, 2007) 113-26.
21) 한미준, 한국 갤럽,『한국교회 미래리포트』(두란노, 2005) 235.
22) 한미준, 한국 갤럽,『한국교회 미래리포트』233.
23) 「매일경제」 2010년 2월 8일자.
24) 기윤실,「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2017).

이원규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 은퇴교수, 종교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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